혈액형의 모든 것 A to Z
ABO식 혈액형? Rh식 혈액형?
혈액형(Blood type)하면 주로 ABO식과 Rh식을 알고 있지만 MN식, S식, E식 등 여러 가지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ABO식과 Rh식만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혈액형은 뭐니뭐니해도 수혈에 필요하며, 혈액형의 원리가 밝혀지기 전에는 다른 동물의 피나 어린이의 피를 가지고 수혈을 시도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물론 혈액형은 수혈 외에도 법의학과 친자 확인 등에 이용돼 왔습니다.
피를 수혈하는 가장 큰 목적은 적혈구의 공급이며, 혈장 성분의 공급은 부차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이 피의 성질(성분, 특성)이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O형은 적혈구 속에 응집원이 없기 때문에 어느 혈액형의 피에도 수혈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런 수혈은 소량이거나 응급환자에게 하는 수혈이라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O형의 피(혈청)에는 응집소 α와 β가 있어 다량 수혈을 하면 수혈을 받는 사람의 적혈구를 응집(적혈구가 덩어리를 지음)시킵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혈은 반드시 같은 혈액형끼리 해야 가장 안전합니다. 적혈구에는 응집원이 있고 혈청에는 응집소가 있어서 이들이 서로 항체(antibody)처럼 반응하므로 성질이 다른 것끼리는 응집이 일어나고 같은 것끼리는 응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ABO식 혈액형
ABO식 혈액형은 멘델(Mendel)의 유전법칙을 따릅니다. A형이라는 것은 표현형을 말하는데 이것의 인자형에는 AA·AO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B형도 BB·BO의 인자형이 있으며, AB형과 O형은 각각 인자형이 AB와 OO입니다. O형의 부모(OO x OO)에서는 O형의 자식만이 나오고, AB x AB의 부모에게서는 AA·AB·BB의 세 가지 형의 자식이 나오게 됩니다. 만일 표현형이 다 같은 A형이라도, 인자형이 AA x AA였다면 자식 모두가 AA로 A형만 나오지만, AO x AO였따면 AA·AO·OO로 O형도 나올 수 있습니다. 혈액형의 유전은 예외가 있을 수 없는 멘델유전을 하기 때문에 친자 확인에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Rh식 혈액형
다음은 Rh식 혈액형에 대한 설명입니다. Rh라는 말은 붉은털원숭이(Macacus rhesus)의 종명인 'rhesus'에서 따온 것입니다. 붉은털원숭이의 피(적혈구=항원=응집원)를 토끼에 주사한 후(토끼 피에 항체가 생김) 그 토끼의 피(혈청=항체=응집소)와 사람의 피를 섞었을 때, 피(적혈구)가 엉기는(응집) 사람을 Rh항원이 있는 Rh+, 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을 Rh-라고 합니다. 그래서 O형처럼 항원이 없는 Rh-인 사람의 피를 Rh+인 사람에게 수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Rh+인 피는 Rh-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ABO식과 마찬가지로 같은 혈액형끼리 수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Rh+와 Rh-의 빈도도 인종에 따라 크게 달라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Rh+를 가진 사람이 99.5% 정도인 반면 백인들은 85%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동양인은 RH-를 가진 사람이 0.5%로 1000명 가운데 5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종에 따라서 혈액형의 빈도까지 다라다는 것인데 이는 유전인자가 다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Rh식 혈액형도 멘델유전을 합니다. 표현형이 Rh+인 사람도 인자형이 호모(homo)인 RhRh와 헤테로(hetero)인 Rhrh 두 종류가 있고, Rh-는 모두가 열성인자로 인자형이 rhrh입니다. 만일 아버지가 표현형은 Rh+이지만 인자형이 Rhrh이고 어머니가 Rh-(rhrh)이면 자식에서는 Rhrh(Rh+)와 rhrh(Rh-)가 반반씩 나오게 됩니다.
흔히 Rh+인 아버지와 Rh-인 어머니 사이에서는 적아세포증 때문에 태아가 유산 또는 사산되거나, 태어나더라도 황달이나 빈혈로 죽는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만은 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로분터 먼저 이야기하면, Rh+인 아버지와 Rh-인 어머니 사이에서도 산모의 태반에 이상만 없다면 여러 명의 아이도 거뜬히 낳을 수 있으며, 적아세포증으로 아이가 사산될 확률은 4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서양인들 가운데 Rh-인 여자가 15% 되니 적아세포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Rh+이고 어머니가 Rh-일 때 아버지가 Rhrh인 헤테로라면 아이도 Rh-가 나올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산모와 태아가 모두 Rh-가 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태아가 Rh+일 경우에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태아의 태반과 모체의 태반 사이에 적혈구(항원)가 통과할 수 없지만, 태반에 병적으로 틈이 생겨 적혈구들이 통화하게 되면 적아세포증이 나타납니다. 즉 태아(적혈구에 Rh+ 항원이 있다)의 항원이 모체에 들어가면 모체에서 항Rh+인 항체가 생기게 되고, 이 모체의 피(항체가 생긴 혈청)가 태아에 흘러들어가 태아의 적혈구를 파괴하므로 사산이나 유산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항원항체반응입니다. 산모는 항원이 없는 Rh-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태아는 적혈구가 부족해져 빈혈이 되거나, 적혈구 파괴로 인한 황달현상이 생깁니다. 유산되지 않고 태어난 아이의 몸(피) 속에는 항체가 남아 있어 적혈구를 계속 파괴하므로, Rh+인 피를 수혈하여 항체를 희석시키거나 전신교환수혈로 생명을 건질 수 있습니다. 첫 아이는 이렇게 살 수 있지만 두 번째 임신이 되었을 때는 첫 아이 때 이미 만들어진 항체가 모체에 남아 있어 처음부터 적혈구를 파괴하기 때문에 유산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A형, B형, AB형, O형 네 가지로만 알고 있었던 혈액형에 대해서 ABO식과 Rh식으로 나누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O형은 아무 혈액형에게 수혈을 해줘도 괜찮다고 알고 있는데 이것은 틀린 의학 정보입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수혈이 가능하며 원칙적으로는 동일한 혈액형끼리 수혈을 해야 합니다.